관세 불확실성에 눈치보기 장세…코스피 거래량 4개월 만에 '최소'
국내 증시가 다시 ‘눈치보기 장세’에 접어들며,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부, 국내 세제 개편안 발표 등 굵직한 이슈들이 다가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코스피, 장중 3200선 돌파했지만…개인 매도에 상승폭 제한
2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18% 상승한 3196.05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3205.82까지 오르며 3200선을 넘기도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도세가 나오면서 상승폭이 축소되었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612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671억 원, 1104억 원을 순매수했다.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이 현대로템을 80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방산주에 관심을 보였고, 기관은 원전 관련 대표주인 두산에너빌리티를 620억 원 규모로 집중 매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미국과의 무역 및 에너지 협상 기대감이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관세 리스크에 수출주 줄줄이 약세…조선주는 반사이익
관세 이슈에 민감한 반도체, 자동차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0.2%, SK하이닉스는 1.3% 하락했으며, 현대차(-0.5%)와 기아(-0.9%)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관세 협상에서 긍정적 언급이 있었던 조선업계는 강세를 나타냈다. HD현대중공업(+5.83%), HJ중공업(+5.76%), HD한국조선해양(+4.89%), 한화오션(+1.35%) 등이 상승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1.03%), 운송장비·부품(0.97%), 전기·가스(1.26%), 증권(1.02%) 업종이 상승한 반면, 섬유·의류(-2.21%), 제약(-1.59%), 전기·전자(-0.50%), 유통(-0.40%) 업종은 하락 마감했다.
거래량 4개월 최저…투자자들 ‘관망 모드’ 진입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증시 전체 거래량은 총 108만7977주로,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선 3억8571만주, 거래대금은 약 9조7686억 원으로, 이달 평균치의 80% 수준에 그쳤다. 코스닥은 거래량이 평균의 76%인 7억207만주 수준이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국내 세제 개편안이 동시에 예정돼 있어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매수세 유입이 제한되는 관망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통상회담 무산…협상 지연 시 관세 리스크 본격화
한미 양국의 통상 2+2 회담은 예정되었던 일정이 무산되었고,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8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이 다가오면서 시간적 여유가 촉박한 상황이다. 자동차에 부과될 수 있는 25%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산업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관세 완화 및 제조업 협력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지수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주 급등…정책 기대감 반영
한편 이날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섹터는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였다. 미투온은 상한가(29.87%)를 기록하며 6130원에 마감했으며, 더즌(12.31%), 헥토파이낸셜(11.14%), 카카오페이(10.71%), 다날(9.23%)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스테이블코인 법안 발의를 다음 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카카오페이 주식 약 865만주(지분율 6.41%)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도 호재로 작용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는 국내외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부, 국내 세제 개편안 발표 내용, 한미 통상 협상 결과 등 여러 변수들이 시장에 어떤 신호를 줄지 주목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에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거래량이 위축됐다”며 “결국 관세 협상 타결 여부가 다음 주 증시의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투자자들은 관세 협상 진척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발의 일정, 외국인 수급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관세 완화 소식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주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